Just Drawing, 선 긋기를 통한 성찰의 여행
박승모 작가는 금속 재료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예술가다. 활동 초창기에는 실제로 존재하는 형상을 조각으로 빚은 다음 알루미늄 와이어로 감싸 오브제로 만들어 냈다. 어떤 여인의 모습이나 미륵보살반가사유상, 피아노 등 원래 존재하던 이미지들이 알루미늄 와이어를 통해 완전히 재구성되며 보는 사람을 전율케 했다.
철망으로 제작된 드로잉 시리즈는 박승모의 예술적 세계관과 철학의 깊이를 절감하게 하는 모티브가 되었다. 가늘게 벼려진 철사들의 조합을 통해 “회화와 같은 조각, 조각과 같은 회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환(幻) 시리즈로도 명명된 이 작업들은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이미지들이 과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지 의심하게 하는 철학적 시도의 일환이었다. 실재와 허상, 관념성과 구체성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는 인간의 심적 상태를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작업 시리즈는 영화 ‘기생충’의 주인공이 사는 집 배경이나 이태원 구찌(GUCCI) 가옥(GA-OK)의 전면 이미지로도 사용됐다.
이번에 ‘Just Drawing'을 통해 선보이는 박승모의 작품들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철판 위에 그림을 그린 다음, 레이저로 이미지를 쏴서 새겨진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다.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환(幻)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재료의 독특한 조합으로 만들어진 것인가 착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철저히 선(線)을 그리는 작업에 집중한 것이다. 드로잉은 모든 그림 작업의 기본이자 완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박승모의 선 작업은 단순히 그림으로서 뿐만 아니라 그 순간에 고도로 몰입되면서 삼매(三昧)의 상태에 드는 수도자의 행위와도 같다. 지난날 알루미늄 와이어로 만들어진 오브제를 통해 반가사유상과 자전거를 표현하고, 철망으로 재현된 드로잉을 통해 불교의 12 인연법(연기. 緣起)을 표현한 것처럼, 선 작업도 일종의 구도자적 시도인 셈이다. 따라서 박승모의 선(線)은 그 자체로 선(禪)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수많은 이미지와 형상이 넘쳐나는 시대다. 게다가 코로나 19로 인해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이 우리의 삶을 정보의 홍수로 빠트려 무엇이 실재이고 허상인지 구분하기도 어렵게 한다. 그런 때일수록 자기 자신만의 공간에서 내면에 집중하는 에너지의 회복이 절실한 것 아닐까. 그래서 박승모의 ‘Just Drawing'은 선 긋기 작업을 통해 우리를 성찰과 치유의 여행으로 이끄는 길잡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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