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INDING PERSONA


OH AH X OTA X LEE DODAM

March. 15  - April. 13. 2024



페르소나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중국 동진의 화가 고개지(顧愷之)는 ‘이형사신’(以形寫神)이라는 말을 즐겨 썼다. 어떤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 객관적으로 대상을 재현하는 것을 중시하면서도 결국 작가가 갖고 있는 정신적 지향을 그림으로 나타낸다는 것이다. 또 한동안 동양에서는 인물의 초상을 ‘사진’(寫眞)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진의 정의(定義)에는, 대상을 거의 그대로 묘사했다는 뜻과 함께 대상의 진정한 면모를 표현했다는 뜻도 담겨 있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인물을 그려낸다 하더라도, 주관적인 구성(construction)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갤러리 언플러그드가 24년 3월 전시에서 선보일 작가들의 인물화 작품들도 같은 문제의식에 기초하고 있다.


작가 오아는 이국적인 인물과 배경을 동양의 재료로 표현한다. 그녀의 작업은 인물의 치밀한 복원을 지향하면서도 작가 본인만의 감성을 강하게 색채로 표현한다. 작가는 “그림은 사물을 다르게 보도록 안내하는 이정표 같은 것”이라며, 인간 군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지향함을 밝히고 있다. 동양화의 채색 재료를 고집하면서, 한편으론 서양화의 매혹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을 추구하는 것이 오아 작업의 주된 매력이다.


작가 오타는 ‘어둡지만 밝은’, ‘차갑지만 따뜻한’, ‘오래됐지만 또 새로운’ 모순적인 면모들을 인물화를 통해 구현해 내고자 한다. 그녀는 회화가 지닌 센티멘탈함과 만화의 단순화 기법을 동시에 구사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나른하면서도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풍겨내는데, 그러면서도 풍부한 색으로 물들여짐을 즐기는 피사체로 나타난다. 어딘가 무기력해보이지만 또 그 나름대로의 에너지를 담아내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작가 이도담은 슬픔, 결핍, 부조화를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삶 자체가 무수한 질곡과 고뇌의 과정임을 시사한다. “사람은 상대방을 통해서만 자신에게 도달한다”, “자신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는 서로 갈등하면서도, 그 ‘사이’에서 자라나는 기이한 유대관계 속에서 살아간다”는 작가의 통찰 속에서는 특유의 철학적·종교적 달관주의가 느껴진다. 어둡고 비관적인 인물 묘사 한편으로, 인간을 위로하고자 하는 선한 의지를 꺾지 않으려는 작가의 연민도 함께 엿볼 수 있다.


갤러리 언플러그드의 이번 전시는 인물화의 새로운 경지에 닿기 위해 애씀과 동시에 통속적인 매력을 잃지 않은 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심플한 듯 하지만 수많은 감정과 관계의 질곡이 얽히고설켜 있는 인생을 살아내는 그림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음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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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at) 12:00 – 19:00

Closed every Monday and Sunday

Sunday open is only for reserv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