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가다보면


KIM SU YOUN SOLO EXHIBITION

October. 13  - November. 11. 2023



숲으로 가다보면 – 진정한 1인칭 회복에 대한 이야기

 

갤러리 언플러그드 디렉터

 

“나는 이 테이블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나에게 생성 시키는 감정을 그린다.” 야수파 그림으로 유명한 앙리 마티스(1869-1954)의 말이다. 작가 김수연도 감정을 표현하는 그림의 힘을 말한다. 그의 작품들은 추억, 기억들을 환기하기 위한 수단이다. 평안한 숲 정경 안에서 펼쳐지는 식사, 따사로운 햇볕 아래 위치한 시골집, 수풀 어딘가에 숨어서 작품 밖 관람자를 응시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슴의 모습 등 모든 것들이 그림 그리는 순간의 행복한 느낌을 환유(換喩)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런데 또다른 의미에서 김수연의 그림에 등장하는 숲속 공간들은 회색빛 도시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환상적이면서 탈속(脫俗)적인 공간이다. 김수연은 일상의 행복을 뜻하는 이미지를 연출하면서도, 역설적으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매우 따뜻하고 깨끗한 모습들을 그려낸다. 피크닉 상차림, 자전거가 있는 풍경과 같이 분명히 주체(主體)가 있을 법한 상황에서도 등장인물을 1명도 내비치지 않고 물체(物體)만 보여주는 것도 김수연 그림의 독특한 측면이다.


이런 작품들을 보고 있다 보면, 누구나 관찰자이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주인공인듯 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가장 3인칭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1인칭적이기도 한” 화면 연출법인 것이다. 수많은 관계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것들은 사실상 지극히 객체화된 것들이다. SNS를 비롯해 각종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들은 실제로는 개개인 본연의 욕망으로부터 발현되었다기보다는, 남의 것들을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 문명의 한가운데에서 각박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김수연의 그림은 “과연 당신은 내면의 평안을 조금이라도 누리고 있는가?”라고 반문을 던진다.


동시에 김수연의 또 다른 의도는 어지럽게 흩어지고 흔들리는 우리의 인연(因緣)들을 조금더 끈끈하고 의미있는 관계로 회복시키는 데 있다. 밤바다 앞에 외따로이 차려진 식탁, 해가 질 무렵 바다를 바라보는 창 앞에 차려진 모임상과 같은 것들은 좀 더 편안하고 아날로그적인 관계상들을 암시한다. 비록 그 가운데 구체적인 인물들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말이다. 아무 조건 없이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밥 한 끼,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사이의 연대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또 김수연은 심원한 철학이나 가치를 강조하는 작가들과 달리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평안에 대해서 묘사하고 이야기한다. 더 큰 미래를 위해 과거와 현재를 할인하며 살아가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조금이라도 진하게 느껴보라는 주문이다.


‘숲으로 가다보면’, 우리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삶의 본질을 다시 찾을 계기, 이야기 같은 것들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들을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도시문명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잠시 동안의 평안을 맛보자는 것, 이번 전시는 김수연의 그런 제안을 즐겁게 받아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Tel. +82 10 7107 0082    E-mail. info@galleryunplugged.com

For general inquires, please e-mail. info@galleryunplugged.com 

(Tue-Sat) 12:00 – 19:00

Closed every Monday and Sunday

Sunday open is only for reserv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