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T LAG


YI SUNGEUN SOLO EXHIBITION

May. 12  - June. 10. 2023



작가노트

 

여행을 다니다 보면 Jet lag(시차 적응 장애)를 느끼게 된다.

 

젯 레그(Jet lag)란 여행자가 시차 변경이나 장거리 여행으로 인해 일어나는 신체적, 정신적 불쾌감을 말한다. 이는 우리 몸의 생체 시계가 변화된 시간대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젯 레그를 즐기는 편이다. 어렸을 적부터 내가 좋아하는 시간대 중 하나는 밤에 자다가 새벽에 잠깐 깨어 다시 잠들기 직전의 시간이었다. 생물학적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해 좋지 않을지는 몰라도 내가 느끼기에는 죽어있는 시간 중 선물로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고 하루에 두 번 자는 행운을 얻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지닌 이러한 시간 계념의 연장선으로 여행지에서 느끼는 젯 레그는 여행이 주는 이벤트라고 생각하여 즐기는 편이다.

 

여행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시차 적응이 필요한 시점이 있다. 이는 비행기를 타는 것처럼 물리적으로 긴 시간이 아닌 일상의 찰나라 할지라도 발생하곤 한다.

예를 들어 슬픈 꿈을 꾸다 깨었을 때 현실과의 구분이 어려워 계속해서 울음이 나는 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 이것이 꿈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상의 젯 레그는 발생 빈도가 비일상적이어서 나에게 있어 그 가치가 높다.

 

요즘 이러한 일상의 젯 레그가 나에게 빈도 높게 찾아온다. 작년부터 ‘Glorious’라는 멀티버스 세계를 평면 위에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의 주어진 시간 중 대부분을 ‘Glorious’를 옮기는 시간에 할애하고 그 외의 시간에도 ‘Glorious’를 생각하기에 오롯이 일상생활을 해야 할 때 시차 적응이 필요한 지경이 되었다. 작업과 현생을 맞바꾸고 있는 과정이며 언젠가는 완전히 바뀌는 것이 아닐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도 한다.

 

우리는 흔히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러한 시간을 보내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 시간의 기억은 추억으로 남기도 하며 삶의 원동력으로 또는 일상에 적응해야 하는 씁쓸함으로 남기도 한다.

 

‘Glorious’에 초대되어 이곳을 여행하게 된 분들이 느끼는 ‘Jet lag’는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2023.05

이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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